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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옛날이야기 해줘.” “이슬, 나 안 자고 여기 가만히 앉아 있을게.”
어린이집 아이들은 교사를 선생님으로 부르지 않는다. 부엉이 이슬 밝은해 푸른들 같은 별칭으로 부르고 존댓말 대신 예사말(반말)을 쓴다. 학부모도 예외가 아니다. ‘○○엄마’ ‘○○아빠’가 아니라 꼬마 딸기 도토리 폴짝이라 부른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전국 79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선 어른과 아이, 부모·교사와 자녀라는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자는 교육철학에 따라 이렇게 호칭을 정했다. 이들은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도 별칭으로 소개되길 원했다.
지난달 26일과 지난 2일 공동육아협동조합에 속한 서울 서대문구 콩세알어린이집과 마포구 참나무어린이집을 각각 방문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은 부모가 조합원이 돼 어린이집에 출자금을 대고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는 것은 공동육아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참나무어린이집의 학부모이자 홍보분과장인 시냇물은 “공동육아의 핵심은 부모와 교사, 아이가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희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콩세알어린이집에 들어서면 작은 정사각형 목판에 새겨진 ‘함께 크는 아이, 더불어 성장하는 어른’이라는 원훈이 눈에 들어온다.
2층 거실에는 ‘방모임’을 하러 모인 학부모 6명이 노란 타원형 탁자를 펼치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방모임은 부모와 교사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자녀들의 어린이집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5세 여아 3명과 3세 남아 1명도 함께였지만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자유롭게 거실을 돌아다니며 자기 부모가 아닌 학부모 품에 안기곤 했다. 성산동 참나무어린이집의 학부모 꼬마(34)는 “공동육아에 참여한 후 아이와 수평적 관계를 맺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별칭과 예사말을 사용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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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