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신애(10·가명)의 엄마는 반지하방에서 아이 3명을 혼자 키우며 생활비를 벌었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면 손부터 올라갔다. 집을 어지럽히거나 제때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때렸다. 갈수록 체벌의 강도가 심해져 이웃들도 아이들이 맞고 우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불안에 시달렸던 신애는 엄마에게서 격리돼 보호시설로 갔다.
보호시설에서 상담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나아졌지만 법원에선 엄마에게 돌려보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아이는 엄마 품에서 자라야 한다는 취지였다. 신애는 집으로 돌아간 지 얼마 안돼 숨졌다. 엄마가 또 다시 손찌검을 하는 와중에 벽에 머리를 찧은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신애 엄마가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말보다 체벌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했던 게 학대가 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80.5%는 가정에서 일어났다. 대부분 ‘적절한 양육방식을 몰라서’(35.6%) ‘부모의 스트레스가 쌓여서’(17.8%)가 이유였다.
훈육 목적이라면 아동 폭력도 정당화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높다. 2015년 경기도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의 48.7%가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 위해 부모가 자녀를 때리려고 위협해도 된다’고 응답했다. 맨손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게 허용된다는 답변도 45.5%에 달했다. 연구를 진행한 정혜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박사는 “아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훈육해야 한다는 기제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체벌도 학대라는 점을 강조하며 법과 제도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부모들은 양육을 하는 입장에서 자기 말을 안 들으면 훈육이라는 미명 하에 아이를 때려도 된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학대피해아동 심리치료를 맡아온 오은영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도 “훈육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쥐어박고 버럭 화를 내는 부모에겐 그 행동이 가르침의 일환이지만 아이들은 다르게 받아들인다”며 “체벌이 아동학대가 되면 한 사람의 인생은 물론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체벌은 외부에서 개입하기 쉽지 않다. 훈육방식은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웃의 체벌을 목격해도 간섭하는 게 쉽지 않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가정에 현장 조사를 나가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왜 우리 집안일에 끼어드느냐’ ‘무슨 근거로 찾아오느냐’고 항의하는 부모를 만나곤 한다.
(이하중략)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