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제목 |
(중앙) 특집기사 -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사소한 행동에 멍드는 동심 |
기사링크 |
언론사 |
시사한국(타블로이드) | 등록일 |
2013-0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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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보도일 |
2013.05.08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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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세 자매에게는 보살핌이 없었다. 5년 전 돈을 벌러 나간 친아버지는 새어머니에게 자녀 양육을 부탁하고 매달 80만 원의 돈을 송금했지만 자녀의 손에는 38만 원만 쥐어졌다. 그나마도 월세를 내고 나면 식사나 난방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게 반지하 월세방에 방치된 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심지어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감시당하며 2년을 살았다. 신체적 학대가 가해진 것은 없었지만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이들은 심각하게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2년 만에 발견됐다.
#.작년 11월,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에서는 4세 남자아이 박 모 군의 시신이 가방 안에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가정불화를 겪었던 박 군의 엄마 최 모 씨가 아이가 별거 중인 아빠한테 가자고 조르자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 A씨는 부산의 한 공립 어린이집에 17개월 된 딸아이를 보냈다. 어느 날,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은 또래 친구가 때려 멍이 들었다며 약을 발랐다고 전했다. A씨는 아이의 등에 멍이 든 것을 발견했지만, 아이들끼리 싸울 수도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음 날, 안 간다고 버티는 아이를 억지로 어린이집에 맡긴 뒤 걱정이 되어 중간에 아이를 데리고 나와 병원을 찾은 A씨에게 의사는 또래가 아닌 어른이 때린 것이라는 소견을 내놨고, 아이를 맡겼던 어린이집에서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원장실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간 뒤의 일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며칠 뒤 아이가 입원한 병원을 찾은 원장은 다니는 아이들은 다녀야 한다며 방송에 나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고, 심지어 이 사건이 SNS를 통해 퍼져 나가자 SNS에 글과 사진을 게재한 아이의 고모를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조사결과 이들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17개월짜리 아이가 칭얼거리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3명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으며, 아이 고모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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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들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아동 학대 관련 사건들이다. 이들 사건은 상대적 약자인 ‘아동’을 상대로 자행된 끔찍한 일로 더욱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처럼 아동학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본지에서는 가정의달을 맞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를 만나 아동학대의 현실과 대처방안 등을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훈육’이라는 이름의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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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의 한 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 생후 17개월 된 여아가 멍이 들도록 맞았다. | ||
가장 쉽게 ‘학대’라 이해하기 쉬운 유형은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이다. 신체적 학대는 말 그대로 신체적 폭력이 가해지는 행위로, 도구로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는 것은 물론 꼬집거나 물어뜯는 행위도 포함된다. 아이의 신체 일부를 강압적으로 압박하거나 아동을 던지는 등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고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가혹행위가 이에 속한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매를 드는 것 역시 아이가 이해하지 못했거나,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학대로 여겨질 수 있다.
성 학대는 성인이 자신의 성적 충족을 목적으로 18세 미만의 아동과 함께하는 모든 성적행위를 말한다. 아이에게 포르노그래피를 노출하고 강요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정서적 학대와 방임은 조금 더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아이에게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주거나, 심한 비교나 정서적 위협을 하는 것이 정서적 학대이다. 정서 학대는 눈에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당장 그 결과가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간과할 수 있어 더욱 유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훈육의 과정에서 옷을 벗겨서 밖으로 쫓아낸다거나 다른 아이와 심하게 비교하는 행위, 또는 홧김에 “나가 죽어”라는 말을 내뱉었을 때 아이들은 굉장히 상처받고 심각한 심리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수치심을 느끼거나 부모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면 이는 훈육이 아닌 학대가 된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학대를 저지르게 된 셈이다.
방임 역시 마찬가지다. 방임이란 고의적, 반복적으로 아동양육과 보호를 소홀히 함으로써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를 뜻하는데, 의식주를 비롯해 의료, 교육 등 기본적으로 주어야 할 것을 주지 않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위의 사례 중 ‘고양 세 자매 사건’은 방임으로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를 돌보지 않고, 몇 시간동안 혼자 두는 것도 방임이라 볼 수 있다.
아동학대는 괴물의 탄생을 예고한다.
아동의 훈육은 아이가 이해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진다면 문제 되지 않지만 똑같은 체벌이라도 아이가 상처받고 힘들어한다면 그것은 학대로 간주된다. 아이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아이의 발달을 해치지 범위 내에서 훈육이 이뤄져야 한다.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든 학대를 가하게 되면 아이의 발달이 위축되고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 있다.
성장 과정에서의 지속적인 상처는 괴물의 탄생을 예고한다. 최근 아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숨도 못 쉬게 공부를 시켰던 한 어머니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아들에게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반복적인 정서적 학대가 원인이었다. 이렇듯 아동 학대는 훗날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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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한 공원 공중화장실에서 아빠가 보고 싶다는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주남저수지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엄마 A(37)씨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하는 자리에서 A씨는 "아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대답했다. | ||
학대를 많이 받은 아이들은 불안이 항상 저변에 깔려있고, 공포, 수면장애, 신경질, 과잉행동 등의 정서적 양상이 발견된다. 특히 정서가 잘 형성되고 있는 사춘기 때의 학대는 분노 표출의 방법으로 비행하거나 우울증, 자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이 같은 감정은 성인이 되어서도 인격장애나 만성 우울 등으로 나타난다. 신체적 학대는 외적인 상처만 치료하면 된다. 하지만 정서적 학대는 내적인 상처로 남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고, 그래서 더욱 무섭다. 끔찍한 범죄를 눈 하나 깜짝 않고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등 사회 부적응자들의 비뚤어진 인격형성은 어린 시절 이 같은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동학대,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학대신고는 2011년과 2012년 모두 만 건을 조금 넘은 수치다.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조사를 하고, 회의를 거친 후 학대 판정을 하는데, 약 6천 건 정도가 학대 판정을 받았다. 6천 건 중에 1/3은 격리조치가, 1/3은 가정에서 교육조치가 취해지고, 적은 수치로 고소‧고발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동학대는 80% 후반대가 부모에 의해 행해지는데, 대부분 복합적으로 이뤄진다.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 정서적 학대와 방임이 함께 이뤄지고, 개별적으로 보자면 정서적 학대가 가장 많다. 방임, 신체적 학대, 성 학대의 순서로 뒤를 잇지만, 성 학대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큰 차이 없는 수치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최윤용 대리는 “우리나라의 이 같은 수치는 해외사례에 비해 적은 것”이라 알렸다. 미국은 피해 아동 보호율이 8.8%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0.63%에 불과해 13배 정도가 적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현저히 미미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미국의 경우, 아동학대에 관해 까다로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나라라면 사소한 일이라 여겨지는 일들도 법적인 제재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우리 나라가 아동학대에 대해 무감각하는 증거다. 우리는 학대를 훈육이라 부르며 너그러운 잣대를 적용하고, 아동학대란 뉴스에서 다뤄지는 심각한 사례만을 기준으로 여긴다.
최 대리는 “우리나라는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훈육을 이유로 매를 들고, 옆집에서 아이가 혼나거나 맞는 소리가 들려도 교육이라 생각하고 넘기곤 한다.”며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원인을 설명했다. 밖에서 취객이 난동을 부린다면 경찰신고를 하지만, 아이를 혼내고 때리는 소리가 들리면 교육과정이라 이해하고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를 학대로 여기고 신고까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웃집에서 신고가 이뤄지는 경우도 아이를 걱정해서라기보다 층간소음 때문에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대당하는 아이들이 직접 신고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이유야 어찌 됐건 이웃집에서 신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대부분 학교나 사회복지관, 동사무소 등 유관기관에서 신고를 하지만 이웃집에서 늘 보고 듣기 때문에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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