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고] “솜방망이 처벌, 아동학대 못 막는다” |
기사링크 |
언론사 |
등록일 |
2015-0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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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보도일 |
2013년 5월부터 약 1년간 ‘잠을 자지 않고 떼를 쓴다’는 이유로 4살배기 친딸에게 폭력을 행사해 숨지게 한 30대 친아버지가 항소심에서 원심과 동일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며,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동거녀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친아버지가 초범이고,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원심 재판부와 같은 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랑받아야 마땅한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로 사망에 이르는 현실에 맞닥뜨리면 애통함을 느낀다.
작년 10월 판결 확정된 ‘울산 계모’ 사건은 부모의 학대에 의한 사망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하다. 그러나 울산 계모 사건의 경우 이번 사건과 다르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인정되어 징역 18년이 선고되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딸이 친아버지의 주먹에 맞아 바닥에 넘어져 사망했고 친부가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보험금을 수령했으며, 원심 재판에서 친부가 딸을 상당기간 학대하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자녀를 폭행했다는 점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폭행 치사로 판결 된 점이 아쉽다. 특히 지난해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가 더욱 중한 범죄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아동학대는 아동이 사망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에 친아버지가 초범이라는 것과 죄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것으로 참작하여 감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모의 물리적 체벌은 자녀에 대한 학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교사상이 지배적으로 자녀는 부모의 체벌을 따라야 하는 풍토가 강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3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아동학대행위자의 80.3% 이상이 부모이며, 부모에 의한 학대인 경우 친부모가 아동학대행위자인 경우가 76.2%로 대부분이다. 따라서 친부모에 의한 학대라고 해서 법적인 처분이 관대해지거나 단순한 훈육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시점이 되었다.
아동은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특히 보호자에 의한 학대나 치명적인 중상해, 사망 등을 남긴 학대는 더욱 엄중하게 법의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엄정하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3년 미국에서 많은 구타와 바닥에 집어던져짐으로 사망한 3세 아동인 ‘엘리 존슨’ 사건의 경우도 학대행위자가 1급 살인죄로 기소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며, 2007년 독일에서 역시 잦은 구타로 뇌손상을 입어 사망한 3세 아동인 ‘카롤리나’ 사망 사건도 독일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아동학대특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근절하자는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이번 사건과 같은 판결이 전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결로는 결국 제자리 걸음이 될 뿐이다. 이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앞으로 일어날 많은 아동학대 사건에 2차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라며,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올곧은 판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장 화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