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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만 집에 두는 것은 아동학대

[동아일보 칼럼 2012. 2. 8]

최근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인 목사 부부가 2세 아이를 집에 둔 채 새벽기도를 갔다가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에 구속됐다. 문화적 차이를 잘 몰라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이 정상 참작돼 보석으로 일단 풀려났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에 대해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 됐다고 여겨진다.

과연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이 아동학대일까? 이것은 미국 문화에만 적용되는 것인가? 작년 가을 대구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5세 아이가 잠들자 엄마는 잠깐 외출했다. 그사이 아이는 잠에서 깨어나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9층 아파트에서 창밖을 내다보다 떨어져 사망했다. 이 사고는 미국의 한인 목사 부부가 새벽기도를 위해 집을 비운 것과 같은 아동학대 사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어린이 안전사고의 60%가 가정 내 혹은 집 주변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어린이 안전사고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든, 그렇지 않든 예고 없이 발생한다. 특히 영·유아는 인지능력이 발달되지 않아 사고를 예측하거나 대처할 수 없어 더욱 취약하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은 정서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는 잠에서 깨면 가장 먼저 보호자를 찾게 된다. 아이가 잠에서 깼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보라. 아무리 울면서 기다려도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아이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되고 자신이 버려진 것이 아닌가 하는 극도의 불안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아이를 혼자 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아이를 혼자 둔 채 외출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양육에 대한 무지와 안전 불감증,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무모한 행동이며 엄연한 아동학대 행위다. 아동의 안전과 권리 보호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이다.

지금도 아동 양육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속에서 우리 주변의 아동학대가 용인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에 대해 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권리와 안전은 어른의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