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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혹시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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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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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일

지난달 부산에서 여중생 딸을 길이 50cm, 두께 3cm의 나무 막대로 10여 회 때려 피멍들게 한 아버지가 불구속 입건됐다. 이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등 비행을 일삼는 여중생 딸을 훈육하는 차원에서 체벌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국민의 의견은 다양하다. 이 아버지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아버지의 체벌이 가혹하고 폭행 수준이기 때문에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있다.

필자는 이런 사안들을 접할 때마다 ‘훈육과 학대의 경계가 과연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아이를 키워본 어른들은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정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드러나는 학대사건들에 대해 어디까지를 훈육으로 보고, 어디서부터 아동학대로 보아야 할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기준은 각기 다르다. 이는 어린 시절 자신이 어떤 보살핌을 받았느냐, 어떤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라왔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한두 대 정도의 ‘사랑의 매’는 훈육이며, 아이들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기 위한 수단이라고 여길 수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인간을 상대로 한 어떠한 매질도 있어서는 안 되며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몇몇은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는 존재이므로 이를 통제하기 위해 무섭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어떤 개념보다 좀 더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 정도 훈육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은 성인 기준이지 아동이 세운 기준은 아니다. 아동학대를 경험한 많은 아이들은 방치된 어린 시절과 부모의 이혼이나 외도, 불화 등으로 성장기에 고통을 받아 그 분노가 범죄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교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이를 비난하고, 심지어 발길질로 줄을 정돈시키는 것은 아이들이 경험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는 엄밀히 따지면 정서학대에 해당된다. 정서학대는 모든 행위가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처벌되지 않았다고 ‘학대’가 아닌 것은 아니다.

아동복지법은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를 비난하고 매질하는 것은 적절한 훈육방법이 아니며, 그것이 한 대이든, 말로 하는 비난이든 모두 아동학대에 해당될 수 있다.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2011년 보건복지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는 신체학대를 경험한 아동의 43.7%가, 정서학대를 경험한 아동의 39.3%가 적응·행동 특성에서 문제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특히 학대 행위자의 83%가 부모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문제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훈육을 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불안해하며 분노하고 공포를 느낀다면 이는 아이를 바로잡으려다 되레 망치는 꼴이 될 수 있다. 아이에게 하는 매질, 아이만 혼자 집에 두는 것, 아이에게 소리 지르면서 비난과 질책, 무시하는 것 모두 ‘아동학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동아일보 기고 발췌본

[기고/장화정]혹시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인가요?
동아일보 A32면1단 2013.06.13 (목) 오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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