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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모와 자식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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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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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 폭행

[인천일보 2012.7.31]

장화정 관장 /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요즘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부 개정되는 '아동복지법'이 다음달 5일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새누리당과 각 정부 부처도 아동학대 관련 법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아동 학대 분야의 전문가로서 이러한 사회적 관심이 아동 학대 예방사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 변화로 이어질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딸들에게 10년 동안 폭력을 휘둘러온 아버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친딸들을 폭행해 정신적·육체적으로 학대한 사안이 가볍지 않지만 10년 넘게 이들을 '양육'해 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법원은 '양육'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폭행했다. 시험에서 실수한 아이의 머리를 수차례 때린 후 쓰러진 아이에게 의자를 집어던지기도 하였고, 또 어떤 날은 추운 날씨에 외투도 입히지 않은 채 한 시간 동안 밖으로 쫓아내기도 했다. 과연 법원의 판결 근거처럼 아버지는 아이들을10년 동안 '양육'한 것일까?

'양육'의 사전적 정의는 '아이를 보살펴서 자라게 하다'이다. 아동 학대는 양육 범위를 넘어서는 범죄 행위다. 아이들을 정신적·육체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의식주를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그 죗값이 감해질 수는 없다. 어쩌면, 양육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중 처벌되어야 할 지 모를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법원은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아버지가 딸들과 함께 살면서 추가폭행을 하지 않도록 보호관찰을 철저히 받을 것과 사회봉사 80시간·가정폭력치료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호처분을 불이행시 아버지에게 돌아가는 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뿐이다.

우리나라 법의 관대함은 외국사례와 비교하면 더욱 명백해진다. 캐나다의 온타리오주 법원은 부모에 의한 학대 사실이 인정되었을 경우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피해아동을 보호한다. 법원은 가벼운 학대가 아닐 경우 아동을 먼저 격리보호한 후 약 6개월 동안 부모의 치료 및 교육 이수 등 그 개선 노력 정도를 평가하여 그 노력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친권 제한 절차에 돌입한다. 이후 법원은 2년 동안의 관찰 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친권 상실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가정 내에서 아동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아동을 절대가정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신념이 법에 오롯이 드러나 있다.
아이들을 학대로부터 발견해 내기란 어려운 문제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신고할 능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대가 가정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른들은 아이를 학대로부터 지켜내야 한다. 또 학대가 발견된 아이들을 더 이상 학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아이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금이 10년 후 아니 20년 후의 아동 보호체계를 좌지우지할 중요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아동 학대 사례의 가장 큰 쟁점은 피해아동의 안전 확보와 학대 행위자의 교정교화를 통한 가족기능 회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아동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력한 법적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아직 우리는 가야할 길이 멀다.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아동학대 관련법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심사숙고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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