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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동권리, 10년이 흘러도 그대로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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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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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 10년이 흘러도 그대로란 말인가

[한겨레 2012.2.20]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전남 보성의 3남매 사망 사건은 친부모가 면역이 떨어진 아이들에게 금식을 핑계로 밥을 굶기고 심각한 신체학대까지 가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부모의 광적인 종교 신념이 극단적인 양육 태도로 발전되어 비속살인에까지 이른 충격적인 사건이다. 1990년대 말 부모의 빗나간 종교 신념으로 소아암을 앓고도 수술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한 ‘김○○양 사건’이 떠올랐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면서 이를 계기로 부모에 의해 치료를 거부당하거나 학대받는 아동이 수술·수혈 등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의료적 돌봄을 소홀히 하는 부모에 대한 법적 제재 근거가 마련되었다.

1990년대 말, 부모의 빗나간 종교
신념으로 소아암 수술을 못 받고 숨진
‘김○○양 사건’, 그리고 10년 뒤…

이처럼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과 더불어 국가적 차원의 아동학대 예방체계가 마련되면서 이제 우리나라 아동인권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그렇게 믿었다. 대한민국이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채택한 지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2의 김○○양과 같은 아동학대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믿었지만 여전히 아동기본권이 보장되지 못한 채 학대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의 권리는 어른들이 저지른 폭력과 방임으로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보성 사건은 명명백백한 아동학대 사건이며, 매우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부모로서 가지는 힘과 지위를 이용해 약자인 아이들을 억압하는 어른들이 우리 사회에 흔히 존재하고 있다. 또 자녀 양육은 부모가 책임져야 할 가정사라는 인식 때문에 외부로부터 발견이 되더라도 아동학대 사건은 통상 관대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아동권리 인식 수준은 10년 전의 상태를 그대로 답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 가졌던 믿음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아동권리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관을 통해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과 신고의식 제고를 위한 아동권리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동권리가 심각하게 유린되었을 때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대안들이 활발히 논의되어야 한다. 더 많은 아이를 낳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태어난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한 인격체로 존중하며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다. 아동권리, 더이상의 퇴보는 안 된다. 얼마나 더 많이 우리 아이들을 잃고 나서야 변화의 움직임을 일으키겠는가. 인권 존중의 기본가치는 생명존중이다. 10년 뒤의 아동인권을 미리 고민하고 제자리걸음의 과오를 진단함으로써 똑같은 아픔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어떠한 종교적 신념도, 부모의 양육관도 한 아이의 권리와 생명을 짓밟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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